::: 백락사 :::

제목	사랑이라는 이름의 백락사 고양이 5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22
비온뒤 땅이 굳는다고 했나? 물난리 뒤에 아침 고요가 더 잔잔한 것은 허물어지기 직전의 폐가가 지탱한 앙상함 같은 슬픔때문이리라. 지나고 나면 이 새벽의 아름다움도 덤덤해 질 것이고 일상은 또 다른 사건을 향해 달려 갈것이기에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몫의 행복을 생각해 보면 주어진 것의 보물찾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으로 돌아 올수 있음의 감사함. 누군가에게 빚진 것을 헤아릴수 있는 여유. 지나고 나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었음을 고마워할 수 있는 자기 자리. 이런 생각이 오가는 아침에 사랑이 울음소리가 종무소 다락에서 들려오기에 급히 다락에 올라가 보았더니 쥐짝짝이에 온몸을 망가버린 사랑이 슬프게 울고 있었습니다. "이 놈아 여기는 왜 올라 왔니?" 몰골이 말이 아닌 사랑이 발을 털어 보지만 접착제 성분의 끈끈이가 털어질리 만무하고 씻겨도 씻어질 것 같지 않고 털을 깍아 주어야하나 고민이 또 하나 생겼습니다. 사랑이를 보고 있으니 옛날 서울 절에 살 때 도둑고양이 생각이 나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도둑고양이 뒷다리에 쥐 잡는 끈끈판을 달고 다니는데 떼어줄려고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가 없어 보름을 요상한 모습의 고양이 출현으로 모두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 어느날 원래모습의 고양이 자태에 아 다행이다라고 반갑게 쳐다 보았는데 끈끈이 판이 떨어져 나간 자리의 넓직한 흉터가 더 가슴 아픈 것은 짐승이고 사람이고 외형의 상처는 안타깝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외형의 상처가 본인은 가슴에 두고 있지 않지만 주변으로 인하여 내면의 상처가 될 때는 세상에 대한 벽쌓기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고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을 닫아 버리는 경우 개인의 불행뿐만아니고 가족과 이웃으로 확대되는 재생산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사랑이 모습이 며칠은 예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사태뒤에 백락사 도량이 새롭게 단장하듯이 그렇게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를 가꾸면서 살아 집니다. 주변을 돌아 보면 마음 아픈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내가 가진 편견은 없는지 따뜻한 시선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이기를 사랑이 때문에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06년 7월 24일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