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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전화 받고 홍천병원으로 달려가보니
피를 토하는 환자이기 때문에 큰 병원로 가서 내시경 검사를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고 기다리고 있기에 "왜 기다리고 있느냐.
춘천 한림병원로 옮기지 않고" 이렇게 물었더니 원무과 부터 먼저
가보라고 해서 원무과로 가보니 응급 처치비 및 앰블란스 비용부터 내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도 돈계산이 먼저 되어야 하는 현실도 씁쓸하고
제도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이 험난한 세상에 아프지 않고 살다가 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념 그리고 현실은 과속으로 달리는 엠블란스 속에 환자는 피를 토하고 동승한 의사는 식염수 갈고,
혈압 체크하고 나는 토하는 피를 받으면서 왜 이리도 병원이 멀기만 한지,
식도에서 정맥이 터진 것 같은데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조언이
막막한 현실을 더욱 아득하게 하고 죽으면 다음은 어떻게 하나,
남겨진 아이들은 어떻게 하지? 모든 것이 혼돈스럽기만 한데 응급실에 도착하자 마자
바로 내시경 검사 들어 가고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형제들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상태가 좋지 않아 안좋은 상황이 될 수 있으니 모두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남기고 기다리고 있으니 수술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이 터진 정맥을 잡아 내시경 수술로 정맥을 묶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는 긴장되었던 마음이 다소 풀어지면서
몸의 피로가 밀려오는데 나는 누군가를 부르면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갑자기 그것이 왜 그리 궁금한지?
보호자가 아닌 입장에서 수술 동의도 본인의 구두 확인을 받고 내 서명은 본인을 대신한 싸인이었고
빨리 보호자가 와야 한다는 병원 재촉에 죽는 것도 보호자가 없으면
병원에서는 마음대로 죽기도 힘들겠다는 생각.
그리고 어머님 때문에 많이도 오르내린 병원의 기억들이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어쩌면 오늘 누군가 중환자실에서 돌아 가실 수도 있는
이 밤의 이별이 새삼스럽고 이 힘든 시간을 함께 해준
고마운 이가 있어 길고도 길었던 생사 갈림길의 어둠에서 벗어 날 수 있었기에
죽는 것은 천운이라 하지만 살아 있을 때 가장 가까운이가 누군지,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산다는 것이 이리도 힘든 시간인지,
나 안 죽을 것 같지요?
중환자실에서 눈을 마주친 친구는 그렇게 물었고
조금만 더 열심히 살지,죽는날 까지 자기 몸에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 주면 안되나
미운 마음만 생기고 그래도 죽지 않아 고맙다는 말은 가슴에 삼키면서
남은 시간도 벅찰 것 같고 남겨진 시간도 힘들것 같아
사는 것이 이리도 힘들구나 .
사는 날까지 쉽게는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자꾸만 힘들어지는 세상살이가 나에게도 적응된다는 사실에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위로하면서 살아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구요.
못 삽니다.몇 번 피 토하면 그렇게 죽습니다.
많은 죽음을 지켜본 지인은 그렇게 단정을 지었습니다.
구차한 삶을 붙들고 있고 싶지는 않겠지만
사는 것이 재미있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있고 그 이유 때문에 재미있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숨소리에 하나에 귀기울이고 있을 친구의
간절한 소망이기를 바래 봅니다.
그저 열심히 산다는 것만으로도
모두 도움을 줄려고 하는 이 세상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걸까요?
8월 더운날 선화당에서
성민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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