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저녁의 기운이 확연이 다른 날이지만
한낮의 더위는 아직도 기세 꺽일 줄 모르는 날
나비축제와 천등제 그리고 가을 채소 심는 일련의 일들이
더위를 먹을만큼 지치게 합니다.
사랑이도 몸놀림이 둔하고
법당이나 삼성각 내의 높은자리 방석에 누워 태평스럽게
자는 모습이 자주 눈에 뛰어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자는 것 건드리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짜증 날 것 같아
못본척 지나 갑니다.
노보살님 그 모습을 보고는 행사가 있을 때는 사랑이 묶어 놓아야 한다고
법당의 음식이라도 건드리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오늘은 49제도 있고 해서
잠깐만 마당에 있자 달래면서 사랑이 목에 밧줄을 묶어 놓았는데..
지 성질을 못견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잠간 일을 하고 오니 사랑이 심장이 벌렁 벌렁하는 것이
내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밧줄을 풀어 주고 쓰다듬어 주고 달래고
그래도 걱정이 되어 물가에 데리고 가서 물을 먹여도 보고
그 심장이 진정되도록 지키고 있는데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이 태산입니다.
그래도 순둥이처럼 야옹소리 한번 내지 않고
지쳤는지 누워서 꼼짝을 하지 않습니다.
자유로운 일상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사랑이 보면서 새삼 느끼며 ,
몸도 마음도 구속되는 것은 슬픈 일이라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자율적 구속이라는 수행도 있지만
원래 삶이란 것은"살기 위해서"란 구차한 변명을 내세우며
자신을 풀어 놓지 못한 신세 한탄을 저 자신 끊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면
구속과 불구속의 구별도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느 누구 탓도 아닌 자신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감각을 접하면서
구속도 구속아님으로 승화하고
비상하는 자유의 선택에 선택받은자의
노블리스(noblesse) 오블리쥬(oblige) 삶이 되길 바래 봅니다.
사랑이가 베푸는 침묵의 아름다움과
점잖은 울음소리에 자신의 위치를 돌아 봅니다.
우리는 모두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구속할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는 구속에 목숨을 던져 저항하는데
나는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지?
2006년 8월 16일 선화당에서
|
홈 > 목탁소리 > 성민스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