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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절이지만 일년에 몇 번은 바쁠 때가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과 여름축제 그리고 동지 정도가 바쁜데
행사 몇일전에 전화를 하고는 꼭 올라와서 바쁜 일을 도와 주고
내려 가는 처사님 한분이 계십니다.
불교 방송을 듣고는 발심을 하여 금생에 성불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이야기 하시는 처사님은
백락사 뒷산에 토굴 짓고 염불수행을 하다가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살면서 죽을 결심도 많이 했고 실제 죽을려고 작정도 많이 했지만
아직은 살아야 할 팔자인지 부처님 말씀대로 살다가 죽겠다는 원을 세우고
일상 생활 자체가 얼마나 경건한지 때로는 저 자신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백락사는 농사 짓는 곳이라 제초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우선 백락사에 오시면 제초작업을 부탁드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난감한 표정을 짖곤합니다.
풀을 베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고 작업중에 지렁이랑 개미 등의 곤충이 살생되어
도저히 못하겠다고,다른 것은 다할 수 있으니 그것만은 안하면 안되겠냐고
도리어 부탁을 하곤합니다.그러다가도 너무 많은 일감에 쩔쩔매는 저를 보고는
제초기를 울러메고 제초작업을 하시는 처사님 마음속으로 참회진언을 얼마나
많이 외는지 모릅니다.제초 작업을 마치고 나면 여름에는 못 올것 같다고, 겨울이면
곤충들 살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제는 겨울에나 와야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공양을 할때도 맹물에 밥말아 먹고는 끝입니다.
고기 먹으면 보리종자가 끊어진다,술먹으면 지혜종자가 끊어진다며
곡차 한잔 하신 주변 처사님의 승용차는 타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그 처사님의 소원이 돈 모아서 자신이 묻힐 토굴 짓고
정진하는 것임을 알기에 토굴 지어 드릴테니 그냥 오세요 하니
돈 모으기가 힘든지 그럴까요? 선선히 대답을 합니다.
도 닦다 죽고 싶다는 그 간절함이
이런 저런 합리화로 핑계되는 나의 심심에 경종이 되어
자신을 돌아 보게 합니다.
"부처님 말씀대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도 처사님 여러 신도님께 위와 같이 말을 하면서
"파리도 잡으면 안됩니다.생명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죽이면 안됩니다."
이런 상황까지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웃이 보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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