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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의 백락사 고양이 10
오래전, 백락사 초창기 시절 긴 겨울은 가끔 무기력에 빠지게 했었고 산골에는 나무도 땅도 꽁꽁 얼어 붙어 그 사이 빈 공간에는 찬바람만 가득했습니다. 강제휴식을 감사해 하며 여유 아닌 여유를 부려보는 겨울은 무료할 때도 있었습니다.
굴참나무 베어서 살구꽃 필 무렵 버섯종자 넣을 준비하던 시절도 아득한 추억이 되고 찬바람에 베짱이 울던 시절도 그립기만 한 한겨울,냉골의 아궁이에 장작 넣고 손님 맞을 준비하면서 가마솥에 물 채우고 마른 장작에 불 부치면 시린 몸 녹일 수 있겠다는 안도감에 언손을 호호 불면서 활활 타는 장작 불 앞에 앉는 순간 아궁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 뛰쳐 나오는데 순간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란 가슴 쓸어 안고 진정을 하면서 보니 나는 엉덩방아 찍어 뒤로 벌렁 누었고 고양이는 눈썹,콧수염 모두 그슬러 예쁜 얼굴이 말이 아닌 몰골로 뛰어 나와 있습니다.야 이놈아.하고 고함지려려다가 나는 놀란 정도이지만 지놈은 목숨 걸고 뛰어 나왔다 생각하니 도리어 미안한 생각이 들어 머리 쓰다듬어 주었던 그 겨울, 그 고양이 이름은 사찐이.추운 겨울 아궁이에 온기가 남아 있다면 그저 그만인 침실이었고 온기가 없어도 바람 막아 주며 재는 이불 역할을 해주니 단골 호텔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른 아침의 공양시간이면 창문틀에 친구 한명 데리고 와서 밥달라고 쳐다보는 모습이 일과처럼 반복되고 밥줄때까지 꼼짝을 안하는 이유, 먹이를 제때 먹지 않으면 영하 20도 까지 내려 가는 기온 때문에 먹이가 얼어버려 먹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창고에 물건 찾는다고 두리번거리다가 이상한 물체가 있어 자세히 보니 고양이 4마리가 서로 몸을 포개어 온기를 지탱하면서 겨울밤을 지내는 있는 모습을 보고는 가끔 빈방에 불을 넣곤 했습니다.
아궁이에서 따뜻하게 자라고.
그때 백락사는 식구가 몇 명이냐고 누가 물으면 고양이 4마리까지 포함해서 대식구라고 이야기했던 그때 겨울의 모습 때문에 다른 곳에서 보았던 고양이 추억까지 떠오릅니다.
어느 바다가 작은 절의 늙은 고양이는 법당에 천도제라도 있는 날에는 콩나물 생각이 나서 천도제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행사 마치면 시식대의 콩나물만 맛있게 먹던 모습도 생각나고
대구 어느 작은 암자에 있던 고양이는 주지스님이 고급빵을 먹이던 버릇 때문에 입이 고급스러워져 다른 것은 먹지를 않는다고 대중이 걱정하던 고양이도 생각이 납니다.
그리고 굴뚝에 기대어 고양이 일곱 마리가 7층으로 포개어 잠을 자는 모습을 보았던 암자의 아름다운 기억도 즐거운 회상으로 떠오릅니다.
가을이 되고 나니 사랑이 외출이 많아지고
단편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하다가
백락사에 인연이 되었던 많은 고양이의 추억이 사랑이에게 주어야할 내 몫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겨울은 언제나 길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입니다.
작은 미물도 나에게 베풀 정이 있는데 가까운 가족과 이웃에게
내 이기심만 챙기지는 않았는지 돌아 보면서
월동 준비에 사랑이 몫이 부족한지 돌아보면서
나만을 바라보았던 시선을 주변으로 돌려 봅니다.
사랑이는 지금 외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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