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비단신 한컬레의 사연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566
빈자리도 아니었습니다. 요양차 한달쯤 묵었던 노보살님은 다음에 올것을 기약하며 뒷문으로 이 신발을 남겨 두었습니다. 배밭으로 통하는 뒷문으로 산책도 하시고 빨래도 널면서 편하게 신었던 그 신발이 가을이 오기전에 오실려나, 겨울이 오기전에 오실려나 기다리면서 바쁘면 손님도 이용하고 저도 이용하면서 주인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그 신발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건강이 좋아져서 설악산 영시암에 올라가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큰 따님 눈물 글썽이며 열흘전에 돌아가셨다고 소식을 전하는데 생시에 한번은 더 뵈리라는 약속을 믿었기에 허허로움 정리가 되지를 않아 어떻게 위로도 못하면서 강직했던 모습이며 뒷모습으로 보였던 눈물이 떠올라 많이 슬퍼졌습니다. 내가 여기 있었으면 스님을 아들같이 당신은 어머니 같이 의지했을거라는 이야기도 가슴에 남고 임종전에 한글 반야심경을 설명해드리니 평생을 뜻도 모르고 갈뻔 했는데 다행이다는 의연한 모습도 상상이 됩니다. 나 내일은 갈 것이니 이부자리 정리도 하고 내일은 반찬도 많이 준비하거라 는 분부에 "정말 어머님 가실거예요." 물었던 따님은 오래동안 그말을 되새길 것이고 그 다음날 두시간만 공부하고 가겠다고 허리 곳곳히 세우고 좌선하시다가 가셨다는 이야기에 삶이 빙판 갈라지는 소리같아 너무도 시원해졌습니다. 마을에 사는 노인들 딸들이 회유하고 며느리가 꼬드겨 개종했다는 이야기 심심치 않게 들리고 절에 다닐때는 그렇게 아팠는데 교회에만 가면 아프지 않으니 모두 교회가자고 추석 쉬러 온 절에 다니는 며느리에게 강요를 하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하소연 하러온 그 마음에 대비가 되어 슬프면서도 행복했습니다. 믿음은 나를 우선 편하게 해야하고 그리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이웃은 커녕 가족마져 하나로 묶지 못하는 우리 불자님들 믿음에 물음표 하나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뒷문의 신발 한컬레 자세히 보면 보라색 찬란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노보살님은 가시고 안계시지만 많은 남매 홀로 키우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고 이제는 잘모시고 싶은 그 마음들 모두 헤아리며 극락왕생하였을 것이지만 빛 바랜 신발처럼 신을 때의 고마움 우리 모두 쉽게 잊는 것은 아닌지, 처음 고왔던 신발처럼 가슴에 새길 수 있을까? 누가 치우지 않으면 오래동안 그냥 이곳 뒷문에 있을 신발 한컬레 그대도 보게 된다면 그런 사연을 기억해 주시고 그대 옆에 계시는 모든 분들이 약속이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닌지 소중하게 바라볼 일입니다. 우리 삶에 약속은 얼마나 부질없는지...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에게서 새봄을 기약하기란 너무슬픈 것처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노보살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