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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이름의 백락사 고양이 11
“사랑아.”부르는 소리에 대꾸가 없습니다.
배고프면 부르자마자 달려 올텐데 못들은척 관심이 없는 것을 보니 배가 부른 모양입니다.
요즘들어 갑자기 만삭이 다된 통통한 배모습을 보면서 이놈이 어디서 포식을 하고 있나 궁금해 했는데 오늘은 다람쥐 한 마리를 잡아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고함을 질러 쫒아 버렸는데 상처 입은 다람쥐 도망을 가지 못하고 대웅전 축대 난간에 매달려 꼼작을 않고 있다가 하필이면 뛰어 내린 곳이 사랑이 웅크리고 있는 곳이라 어떻게 손도 못쓰고 사랑이 입에 물고는 산으로 사라집니다.
그렇게 소비한 다람쥐가 벌써 여러 마리라고 식구들이 이야기하는데 다람쥐도 쥐는 쥐이니 고양이가 잡는 것에 막을 방법도 없고
사랑이 묶어 놓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 다람쥐 살릴 수 있는 묘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겨울 식량 준비하는 다람쥐의 귀여운 모습도 이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슬프고 사라져 가는 것이 다람쥐 뿐이겠습니까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삶의 법칙 같은 우리 모습들이 상기 되어 고양이에 대한 사랑으로 사라져가는 다람쥐와 조금 멍청한 산까치들에게 조의를 표해 봅니다.
여름 한철 절에 오는 아이들이 수영하라고 다리 밑에 개울을 막아 놓았는데 민물고기가 많이 모여 유영하는 것이 보기 좋았습니다.어느날 마을 아이들이 물고기를 잡을려고 그물을 준비하기에 보기만 해도 좋지 않으냐, 이곳에서는 물고기 잡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더니 고맙게도 그냥 돌아 갔습니다. 개울물에 임자가 있냐고 잡아 가도 어떻게 다른 도리가 없겠지만 물에는 물고기가 노닐고 산에는 다람쥐 뛰노는 모습이 가장 보기 좋은바 사랑이 어느날 다람쥐 씨말리고 나면 낚시하는 법까지 배우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살생에 대한 과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해 봅니다.
그러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육식하는 이 습관이 미안해지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에게 자신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절에서 행하는 식문화에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이 깔려 있는지 사랑이에게 큰소리칠 수 있도록 내가 먹는 것들은 올바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풀만 먹는 소가 고기먹는 사람보다 더 큰 힘을 쓸 수 있는지 어리섞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웰든의 작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랑아. 이제 그만 다람쥐 잡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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