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답장(가을 서신)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397
변하는 것이 가을색뿐이겠습니까? 사람마음도,인간관계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지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의식이 나이들어 굳어지는 것 같습니다. 지인의 지적처럼 자신을 변화시키기보다 변화된 주변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에 항상 그렇게 힘든거라는 지적이 떠오릅니다. 언제나 옆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그 많은 기대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속절없이 이별을 하고 죽을 때 까지 가슴에 안고 가야할 그리움 때문에 나머지 삶이 지탱된다고 해도 힘들고 어려울 때 많았습니다. 지난 시절의 호의도 부질없었고 너 없이 못살 것 같았던 그 감정도 쓴 웃음만 나오는 시점에 이르렀지만 그래도 그리움은 마음터고 나눌 수 있는 회포였음을 고마워해 봅니다. 살아 있으면 잘 살겠지? 이별 앞에 이리도 그리운 사람도 있는데 가을이 되면 어디선가 이 가을을 함께 바라보고 있겠지? 쉽지 않은 세상살이 누군가와 함께 헤치며 나아가고 있겠지? 기억할 수 있는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마주 보고 볼 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리라. 은행나무에 메달린 몇개의 은행이 눈에 선합니다. 노란 가을을 너무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어 눈이 먼저 가는 까닭도 있지만 이 땅에 심었던 나무들 중에서 가장 먼저였던 희망이었기에 십수년의 결실이 이제야 눈에,손에 잡히는 세월입니다. 이 작은 은행 몇개가 아무것도 아닐 수 없는 까닭처럼 우리 사는 그리움과 인연들도 이런 것은 아닐까요? 어느 세월 뒤에 바라볼 수 만 있어도 어디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물 나게 고마울 그런 시절...이 다락방에 버렸졌던 10년전의 농민신문에 같은 달,같은 날의 글들이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처럼 버려지지 않은 과거속에서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하물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야 얼마나 고마운 존재들입니까? 오랜만에 글 뛰웁니다. 2006년 10월 20일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