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흔적이란,늦은 새해인사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40
겨울이 끝난줄 알았는데 밤새 눈이 쌓였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방에서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아픈 사람에게 병문안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정한것도 모든 사람은 외롭고 그중에서 몸이 아프면 작은 위로가 얼마나 큰힘이 되는가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몸이 아프지 않으면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이란 것이 보왕삼매론처럼 일상이 수행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음도 쉽지는 않은법 주어진 것의 수용을 헤아리다가 이별의 상처만 펼쳐진 공백의 시간이 스산한 눈바람속에 펄럭입니다. 이 시간이 그날의 시간은 아니지만 눈에 익어진 그 사물의 틀이란 것이 가고 오는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속에 함께 했던 흔적은 지워지지를 않습니다. 문을 열면 달려 올 것 같은 모습,도란거렸던 뒤뜰이 그대로 인데 부재는 흐린 기억처럼 받아 들여야 하는 또 하나의 혼미입니다. 가고 오는 것이 이러했는데 멀어진 것들의 인연 뿐만 아니고 나 또한 그리 사라질텐데 ...우울증의 시초인가 생각이 하수상한것은 부재의 시간,많은 이별이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사랑이는 유난히 안타까운 기억입니다. 겨울을 맞아 살이 오른 모습을 쓰다듬고 봄에 보자고 기약했었는데 봄이 오기도 전에 먼곳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마음 한구석 내가 가진 정이란 것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했습니다. 고양이도 장수하면 20~30년은 살 수 있다고 했는데 내 나이 60~70까지 백락사에서 이어갈 인연이 무너져내리는 미래의 환영들이 나비처럼 비상하고 내 마음 한자락 순수했던 작은 부분이 갈곳을 잃어 헤메이는 듯한 아득함. 사랑이는 전설이 될 것 같습니다. 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사랑이가 제일 보고 싶다고, 먼 이국 땅에서도 사랑이 보러 온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 사랑이는 그리운 얼굴의 하나로 오래동안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오래된 인연들 중에서 연세 많으신 보살님의 안쓰런 시선을 오늘은 많이 느꼈습니다. 마지막 나들이 삼아 미국에 다녀오신 이야기며 당신이 젊었을때 당신의 어머님이 하신 이야기들이 하나 틀린 것 없이 구구절절 옳은가에 대해서...그리고 잘 죽기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넋두리가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혼자 기거하시는 노보살님의 방에 보일러가 꺼지지 않아(운전 작동) 그냥 왔는데 내일 일찍 가봐야겠다는 말에 밤에 모시고 그 방을 다녀왔습니다. 꼭 집도 알아 놓아야겠다고 예전부터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이기도하지만 무언가 신경 쓸일이 있으면 온종일 불편한 마음인것은 모두나가 똑 같은 마음이기에 보일러 운전은 온도에 맞춰 쉬게하고 절에 돌아 오면서 며칠 편히 쉬었다가시라고 말씀 드리면서 혼자 살때 어머님 모시고 귀가 했던 여정이 떠 올라 숙연했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고양이 한마리의 부재도 그늘이 적지 않은데 하물며 누군가의 지켜봄은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있을 때 조금씩 나누고 살아야지요? 사랑도 고마움도 그리고 내 삶에 긍정적일 우리 존재감 때문에 나와 더불어 우리 모두 따듯해지면 좋겠습니다. 민재의 편지에 행복해 합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꼬마인데 모든 표현이 자의는 아닐지라도 이렇게 내 나눔이 적다고 느껴질 때 그 편지 하나로 내 외로움이 작아 지는 것 같습니다. 노인과 아이의 대비가 심란한 겨울끝나기에 만나는 작은 상징이었습니다. 그러했고 그러할 것인데 그러는 나는 어디에 서있는가? 봄인가 겨울인가? 내 마음이... 2007년 3월 9일 선화당에서 성민 늦은 새해인사 드립니다. 항상 좋은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