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도량석을 돌때면 아름다운 향기가 나는 곳이 있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아직도 불두화꽃이 한창이니
그 곳에서 나는 것 같은데 지나고 나면 잊어 버렸다가
새벽이면 작은 코를 벌렁이면서 “그래 이 향기, 각자의 향기가
있겠지만 참 너는 냄새가 고와 고맙구나." 인사를 하면서
새벽을 여는 6월이 벌써 중순에 들어 섰습니다.
지나다가 절이 너무 아름다워서 들렸다는 부부는 아쉬운 발걸음을 떼지 못하기에 차나 한잔 하고 가시라 권해서 선화당에서
우리차를 마시는데 내가 존경하는 스님이 계시는 절에 다니는
인연부터 좋은 차를 직접 따서 발효까지 해서 마시는 당신의 모습까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50년 전에 할머니 따라 이 골짜기 어느 절에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들어선 걸음이지만 내일은 또 다른 의미의 삶의 날이기에
오늘 차 한잔과 만남의 인연이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며 오늘 여기 오지 않았으면 얼마나 큰 후회일까요? 내년 퇴직하고 여기에 내려 오면 방 하나 달라고 하길래 흔쾌히 그러라 했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10년 만에 처음 들렸다는 홍천 사는 부부의 방문을 받고 또 차한잔 나눴습니다.“참 많이 발전 했네요, 얼마나 수고 하셨습니까? 절이 너무 예쁘고 나무가 어우러져 너무 좋습니다.”“어디 외국에 나갔다 오셨나요. 어떻게 홍천에 살면서 10년 만에 오셨지요.”“글세 말입니다.사는 것이 무언지...”
대웅전 지을 무렵 오고는 처음 왔다는 부부는 울창한 나무의 그늘만 보고도 행복하다고 합니다. 두 그루의 나무만 있었던 이곳에 수천의 나무가 자라는 모습이 큰 행복으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운 저녁이었습니다.
관음재일, 홍천에서 모이자는 부처님 오신날의 약속 때문에 백락사에 오신 신선생님 내외는 서울 어린이 법회 선생님으로 인연이 된 20년의 인연이데 밤 8시까지 돌 깍는 내 일을 돕느라 고생을 해서 늦게 선화당에서 차 한잔을 했습니다. 교편 잡은지 벌써 14년, 정토회에도 열심이고 신심의 단편 같은 편린들을 함께 나누면서 오래된 열정을 되살려 보는 것으로도 밤이 행복해 졌습니다. 화촌면 주변의 초등학교 초청과 백락사에서 사생대회를 해야겠다는 의견 그리고 설치미술전에 대한 의견 교환으로 홍천 사람들의 편견에 주눅 들어 있던 내 마음이 많이 넉넉해 졌습니다.“스님은 저희들에게 보물이예요.시골 사찰에서 그런 발상부터 실행까지 좋은 분들 많이 모시고 오고 싶은데 괜찮지요.”
좋은 일은 나누면 즐거움이 두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 든다고 했는데 오늘은 부부들의 방문으로 백락사의
일락이 이락으로 피어 나는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풀이면 풀,도량 정리면 도량 정리 눈이 가면 언제나 마음이 바쁘고 마음이 움직이면 그 마음 놓기가 힘들어서 언제나 쉽지는 않은 시간이지만 단 한사람이라도 쉬어 갈 수 있고 또 오고 싶은 도량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공덕이 어찌 나만의 수고이었겠습니까?
우리 모두 함께 만드는 백락사이기를 다시 한번 축원 드려 봅니다.
6월 햇살은 찬란하고 큰 돌 한부분을 깍아 뛰워 놓은 물풀이 신선합니다.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까지 사랑할 수 있는 도량이 되도록 내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6월이 금방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6월 10일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
홈 > 목탁소리 > 성민스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