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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그대는 어느때 가장 행복했나요?
가을비는 내리고 몇개 남은 밤들도 모두 떨어지고 나면
고비 고비 아팠던 그대의 기억이 모두 지워질까?
추락하는 명망보다는 무료한 내 일상이
감사하다고 자위하기에는 가을비는 너무 쓸쓸하고
번잡한 인연은 고리를 끊지 못하는 오늘입니다.
내 마음같지 않게 우리는 모두 너무 슬프고
기약없는 행복 때문에 마지 못해 존재하는 오늘은 아닌지,
사람 사는 곳은 모두 그렇지 위안하려고 해도
그리운 사람은 너무 멀리 있고
가까운 사람들은 마음만 아프게 하는 삶의 언저리.
언제나 오늘보다 내일에 마음 아픈 조갈증과 소아병
그리고 나 자신을 놓아 버릴 수 없는 욕심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도, 세심한 연민도 불온하기만 한 자신이 미워
그냥 자신을 바라볼 수 없을까,
그냥 자신을 사랑하면 안될까?
있는 그대로 우리는 행복한 것이 아닌가
몇번이고 되물어 보지만 삶은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회의하고 갈등하고
그리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나아질 뿐이겠지.
나이들어 고통이 줄어 들었다고 할 수는없지만
배도 나오고 허리살도 불은 것처럼 주변의 인간관계와
물질의 축적도 군살처럼 붙어 있는 작은 배부름은
그냥 주어진 내 삶의 결과이기보다는
냉정한 내 인생의 결과물이기에 나는 행복한가?
누군가가 사랑스럽다면
그 사람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이며
누군가가 사랑받지 못하다면
사랑 받지 못할 삶을 사는 것을
이 가을에 돌이켜 보면서
나도 누군가가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비원이 보이는 서울, 밤이 새도록 차를 마실수 있는 이웃 하나 사귀었고
맛있는 저녁 사주어야 할 빚진이도 있어 오늘 같은 날에는
만사 제쳐 두고 길을 떠나도 괜찮을 것 같다.
비 그치고 해야 할 일 때문에 마음 급해지면
그때는 그때의 문제이니 오늘은 빗길 따라 가을여행을 떠나고 싶다.
가을,
어느 가을이고 잔인하지 않았던 가을은 없었다.
가슴 한켠이 시리고 어느 한쪽은 마음이 아파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가을이
올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느 시점 누군가 밤만 줍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나는 눈물이 났고
그 자리를 대신한 이의 고마움과 성실함 때문에 또 눈물이 났다.
그냥 고맙고 행복해야 하는데 왜 자꾸 슬퍼지는지
나이들어 눈물이 많아지면 오래 산다고 했나?
잔인한 기억이기보다
행복한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길 떠나면서 그렇게 가을이 흘러 갔으면 좋겠다.
빚진이에게 빚을 갚아버리듯
행복한 사람의 행복을 조금 훔치면서
이 가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2007년 9월 27일 비오는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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