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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서 사라지면
인생사마져 흐릿해지는 나이 앞에
기록은 얼마나 쓸모 있는 작업인지를 이제는 알겠습니다.
내가 쓴 글들이 새삼스럽게 읽혀지는
오래된 편지들을 보면서
지난 시간 따듯했던 내 마음을 돌아본다는 것은
남은 시간에 대한 두려움을 희석시킬 수 있는 진통제 같다는 느낌과
언제나 지금 이시간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간임을 일깨우는 표식 같아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선에 조금은 여유가 생깁니다.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챙겨 보면서
그 당시 이런 작업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는데
이제는 소중한 자료인 것 같아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고민을 해봅니다.
오래된 인연들은 그 흔적만으로도 가슴 설레일 수 있는 기억이기에
어떤 형식의 기록이던 살펴 볼 수 있도록 정리 할 수 있다면
시간이 흐른 뒤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연들의 기억들이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쌓인 세월 위에 선물처럼 내밀 수 있는
흔적이 될 수 있다면 더욱 고마울 것 같은 이 마음!
어떤 모습으로든 세월은 흔적을 남깁니다.
돌아서면 아무 것도 아닌 세월 앞에 할말이 그리도 많았고,
미워했던 것도 그리 많았는지 한숨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사무친 그리움 때문에 눈물지을 수도 있을 것이며
못다 이룬 꿈 때문에 인생이 허망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생각의 타래 또한 무상함이기에
끝없이 방황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그것마져 수용할 수 있을 때 우리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닌지...
그믐의 차가운 달빛이 명정하고
총총한 별들이 머리위에 내려앉는 새벽
텅 비어 버린 마음 한구석으로 지나간 시간들이 스쳐가는 찰나
삶은 빈자리의 메꿈도 아니고,
빈자리를 찾아 가는 것도 아닌 흘러감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인연 따라 흘러가는 세상사 속에 “굴원의 어부사시사”처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더러우면 신발을 씻을 일입니다.
때 되면 늙었을 것이고
때 되면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인데
욕심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며
화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주어진 것에 감사 할 일입니다.
이 삶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겨울 하늘이 고맙기만 합니다.
2007년 12월 4일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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