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의 이유
안개 자욱하고 가을색으로 변해가는
고운 나무잎들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오늘 아침에는
오래동안 마당가에 서성였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가 아름다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듯이
시선을 맞추고 소근거려 봅니다.
십여년의 세월 속에 지금 이자리에 뿌리 박기까지 몇번이고 옮겨다닌
소나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를 않고 나이는 어리지만
덩치큰 괴목도 이식 후유증으로 올여름 시름 시름했는데 돌아 보니
절 주위의 모든 나무들이 도량 불사에 맟추어 옮겨 다녔고 이제야 자리를 완전히 잡았다고 봐야 하는지?
또 무슨 일이 있어 자리 이동을 할지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
그저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모든 나무들에게 듭니다.
그 나무들의 겨울맞이에 동면에 들어 편안한 휴식을 기도해보면서
백락사에서 맺어진 많은 인연들도 그런 혼돈으로 오고 가는 것은 아니었는지
기억에서 멀어진 소중했던 많은 인연들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삶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닐까요?.작은 기도로 이루어진 기적은 표나지 않는 법이고
오늘 이 감사함의 인사를 나누는 나무처럼 자잘한 일상이
기도하고 발원했던 그 마음의 가피임을 합장해보는 순수.
돌아보면 그런 날이 적지 않기 때문에 철따라 마음을 내고 기도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동안거 백일기도
가내 평안과 이웃의 행복을 함께 기도해 봅니다.
감기 조심하시고요.
2549년 10월 백락사 선화당 성민 합장
|
홈 > 목탁소리 > 성민스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