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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밤부터 새벽까지 그치지 않고 쌓이고 있다.
봄눈은 포근해서 좋지만 마음이 바빠지는 계절이어서인지
많이 반갑지는 않다.
배나무 가지치기를 마치고 잔가지들을 어제는 연못에서 모두 태웠는데
재가 바람에 날리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식수가 모자라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라는 생각들이 눈 치우는 작업중에
떠오른다.
겨우내 얼어 붙은 땅이 해동하는 것은 비가 최고이다.
봄비가 한번 내리면 깊숙한 땅속까지 얼음이 녹고 봄바람에
흙들이 까실 까실해 지면 거름도 뿌리고 땅도 뒤집어
농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눈이 내리면 삼사일은 봄이 늦어지는 것 아닐까
별스런 계산도 해보면서
낙엽들 사이 새순을 내밀던 파란 싹들로 반가웠던 도량주변이
어제는 봄기운으로 가득했는데
밤사이 안녕이라고 겨울 속으로 모두 묻히게 되었다.
복수초가 눈 사이 피어나는 꽃이라 봄의 전령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밭 사이 시금치가 싱싱하게 건재하는 작은 발견으로
백락사 봄의 전령은 시금치라 명명하면서
몸에도 좋은 것이 강하기도 하구나 잔가지 치우는 작업 도중 발걸음을 조심하게 내딛었섰다.
낙엽과 잔가지와 연못의 부들을 함께 태우면서
일상의 정리들을 생각했다.
자주 주변을 정리하지 않으면 잡동사니로 꽉채워지는 날들로
모든 것이 너무 넘치는 시대에 산다는 생각,
지적 호기심과 상관없이 붙들어 메고 있는 활자의 욕심으로
옥석의 구분치 못하는 잡지와 책들의 쌓여짐.
이러한 풍요 속에 욕심이 자연스레 커왔는 것은 아닌지
깊은 산으로 들어 갔던 존경하는 노스님의 행적이
새삼 그리운 이유.
봄이 되니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작은 정리부터 우선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보지 않는 책, 서류 그리고 한번도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옷가지에서부터 찻잔까지 인사 삼아 나누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이 봄의 시작이 되었다.
봄눈이 오면 쌓이는 시간보다
사라지는 시간이 빠르다는 것.
인생도 그러하겠지요. 이제는 돌아볼 시간도
얼마나 빨리 스쳐갈까 생각해 보니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다.
머무는바 없이 마음을 낸다(금강경)는 것이
봄눈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그래도 조급하지 않으면 더욱 좋겠고..
2008년 3월 4일 새벽 쌓인 눈을 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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