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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나?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 시집)는 귀절이 갑자기 생각나는 이유는 무얼까?
오래된 인연들의 출현과 그리운 기억들의 의식들이 세월을 거슬러
아득한 시간의 강을 만들고 슬프고 아련한 과거의 편린들이 조각그림처럼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부처님 오신날의 만남.
코흘리게 현기는 할머니 등에 업혀 절에 와서는 언제나 조용히 혼자서도 잘 놀았던 순한 아이였는데 할머니 떠난지 이십여년, 좋은 대학교 잘다니고 있다는 이야기 서울에서 들었지요?
그리고 십년후 신문사 근무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둘이나 잘 크고 있다는 이야기 문득 들었습니다.
오늘 부처님 오신날, 정부 부처의 성실한 공직자로 스님 안부 궁금해 하며 일간 찾아 뵙고 싶어한다는 부모님의 인사에 손자 등에 업고 보살이 따로 없었던 그 할머니가 눈에 선합니다.
가난한 시절 먹고 살기도 바빴던 시절의 따듯한 마음 나눔이 새삼 그립고
어느 부몬들 자식 위해 헌신하지 않겠냐만 내리 사랑의 그 마음을 할머니 만큼 나이든 어머니가 아주 먼 곳에서 스님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이웃을 모시고 백락사 부처님 오신날 행사에 오신 그 마음이 눈물겨웠습니다.
그 마음이 할머니 마음이고 내 어머님 마음인 것 같아
지나간 시간들이 오래 기다려야할 약속이었던 것처럼 나는 남은 시간들에
대한 불안을 지워보면서 백락사의 풍경을 이십년 후의 모습으로 그려 봅니다.
나도 그대도 저 아이들도 그냥 따듯한 마음 나누며 지켜온 감사함으로
말이 필요없이 행복한 미소 지을 수 있는 백락사이겠지요.
이렇게 아름다운데 그때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요?
저 아이들이 나의 미소를 기억할 수만 있다면(스님은 잘 웃지 않는데 오늘은 미소가 너무 보기 좋다고 부처님 오신날 저녁 회향식 때 어느 신도님으로 인사를 받았습니다), 여름밤의 촛불을 기억할 수 있다면 저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서른 잔치가 끝나고
또 다른 서른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우리에게 상관 없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최영미님 시에서)
어느 누군가의 눈물과
어느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를 낱낱이 기억하는 나는
부처님 오신날 또 다른 잔치를 꿈꿉니다.
백락의 일락이 쌓여
백락을 채울 수 있다면 내 잔치도 끝이 날까?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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