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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주부적 어디 없나요
주선(酒仙)을 아시나요.
조지훈이 떠오르고 이태백이 떠오르고
그리고 백락사의 이순신씨가 떠오릅니다.
주선의 위치에 오르려면
애주(愛酒-술을 취미로 맛보는 사람)의 단계를 넘어
탐주(耽酒-술의 진경을 체득한 사람)의 위치까지 올라가야
주선의 경계에 오른다고 조지훈의 주도 18단계에
나와 있지만 허느적 거리는 몸놀림을 보고 있으면
오늘은 아침부터 1잔이며
외상이 가능한 주음치 마을의 후하지 않은 인심을
떠올리며 주선의 능력에 우선 고개부터 숙여집니다.
아침 소주 2병에 주인 왈
“주지스님 일 못하면 싫어 하니 적당히 이것만 마시게.”
(적당히가 아침 소주 2병이면 주인도 동급인 것 같음)
안주는 김치 한조각이나 부침개가 가끔 나오기도 한다고 고백을 하시는 이순신씨의 멍한 눈을 오늘도 쳐다 보면서
주선의 경계를 넘어 폐주(廢酒-주선 9단,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입신의 단계는 아닌지?
어느 때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으면
그것도 복인이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혼자서 취하는 것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속 터져 답답한 마음도 있다는 것을 언제나 알까?
어느 고등학교 채플시간 새로운 목사는 반아이들 종교가 무언지 물었고 그중 몇몇은 기독교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손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무서운 폭언과 함께 끊임없는 기도를 1시간 내내 들어야 했답니다. “하느님 아버지 저런 마귀 새끼가 있어 이 학교 발전이 되지 않으니 ...간절히 기도하나니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게 해주소서.”
어느날 그 목사 “자 기도합시다.이 사탄의 새끼들이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와...”하면서 눈을 감고 간절히 기도 드리고 있을 때 평소 착하고 얌전했던 친구 하나가 목사에게 살금 살금 걸어 가는 것을 기도하는 척 실눈으로 쳐다보고 있던 나는 확실히 보았습니다.
목사 이마팍에 무언가를 부치면셔 예수 귀신 물렀거라,나무관세음보살 하며 강시 모양으로 목사 앞에 서니 이마에 노란부적을 붙인 목사 하얗게 쫄은 모습으로 교실 입구까지 물러갔다가 교무실로 도망갔는데 그날 우리는 배 뒤집어지는줄 알았다는 어느 교실의 후일담. 부적 붙인 친구는 퇴학은 아니고 다리 부러질 정도로 맞았다는 웃으개를 생각하면서 예수귀신도 도망가는 그런 부적이면 순신씨 술 정도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부적을 구해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세상에서 내가 두 번째로 좋아 하는 것이 있는데 주지스님께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순신씨 진지하게 이야기를 꺼냅니다.
“아 담배요. 볼일 보고 들어오면서 사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그날 늦은 시간 돌아오니 종무소에 불이 켜져 있어 손님이 계신가 돌아 보니 순신씨 졸고 있기에 왜 여기서 자고 있냐고 방에 올라가서 주무시라 했드니 약속 물건을 기다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고 간절한 눈빛을 보내기에 담배를 건내며
“나 기다린다고 종무소에 있었는줄 알았더니 담배를 기다렸구만요. 주지보다 담배를 사랑하는 순신씨. 담배보다는 소주를 사랑하는 순신씨, 안녕히 주무세요.”
斷酒符籍(단주부적)
斷煙符籍(단연부적) 어디에 있을까?
내 기도발이면 온다는 비도 안 내리는데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 기도발 흩어질 것 같아 단주 기도는 못하겠고
아무래도 단주부적을 구해야할 것 같습니다.
고명한 조언 부탁합니다.
주신의 입신도 좋지만 주선으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 갈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6월 1일
배 밭에서 일하는 주선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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