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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쌓인 겨울 밤.
알 수 없는 회한은 오늘밤의 의미이겠지만 실체 없는 그리움 때문에
시간의 마디가 눈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뒷산의 설해목처럼 뚝뚝 부러지는
단절, 기억나는 것들은 모두 아쉬움뿐 이제 삶에 대한 갈증은 어디로 흘러갈까?
별 것도 아닐 것이야?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고마운가.
아무 것도 아닐까? 우리들의 인연이란 수많은 타인처럼 지나치는 그런 의미일까? 시간이 멈추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아쉽다. 작은 기도를 바칠 수 있는 인연으로 나는 존재하고 싶은데
아무 것도 아닌 나는 어디에 서 있을까?
아득히 먼 낳선 곳으로 유리된 내 영혼이 외로웠지.
내가 메달린 삶의 흔적들은 너무도 슬프고 힘들어서임을 어느 누가 알까.
어느 것에도 자신 없고 잘하는 것 하나 없어
주눅들고 숨죽인 인생이란 것이 초라해서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닌지,
이제 내가 감당 못할 것들을 놓을 수 있다면
이 슬픔들도 벗어 던질 수 있겠지.
산다는 것이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변혁의 시대 앞에서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부끄러워하지 말아야겠다. 잠간 머물다 가는 인생이란 수레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가 무어 그리 중요할까.
내가 남길 수 있는 흔적 하나 있다면 내 마음에 새긴 고마움들을
당신도 볼 수 있으리.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목숨 걸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존재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에 더욱 슬픈
납월 그믐. 나는 슬퍼서 어떤 약속을 한다.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나의 삶이 계사년 희망이 되기를!
2013. 2. 9(음 12. 29)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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