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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모인 것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흩어진 것이다.
아주 오래 전 섣달 그믐. 시내 볼일을 보러 가다 마을 초입 다리위에서 만난 낳선 여인의 스산한 느낌. 방향이 같은지 물어 보아야하나 잠깐 번민하다 외지인인 것 같아 그냥 지나쳐 볼일을 보았던 별일 아닌 일상.
정초 기도 후 마을 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려 갔는데 외지에 있던 딸이 고향에 돌아와 다리에서 몸을 던진 사연으로 몸져 누워 있는 상황을 접하고는 순간 떠오르는 낳선 여인의 슬픈 뒷 모습.
언제나처럼 문을 열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넸다면 이런 일을 피 할 수 있었을까? 얼마나 많은 번민을 다리 위에서 흘렸을까? 세상의 찬 바람에 지친 육신을 고향의 강가에서 또 메말라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향에서도 타인으로 외로워하면서 마음 하나 놓을 곳 없는 방황의 연속이었을까?
짧은 만남 뒤의 내 번민의 무게는 오래 동안 나를 짓누르고 다리 위를 지나칠 때면 그 여인이 보이곤 하면서 머뭇거리며 따뜻한 말 한마디 못 전한 것이 못내 한이 되곤 합니다.
춘천에 사는 옆집 총각은 집에 들리면 간혹 나들이를 절로 하곤 했었는데 요번 여름행사에는 몇 일 봉사를 했었습니다.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착한 심성이 느껴져 한가하면 차라도 대접해야지 했는데 운명을 달리했다는 문자를 마을 반장에게 받고는 의안이 벙벙해 늦은 시간 문상을 하고 전해들은 사연은 이해 할 수 없는 다리 아래의 사고였습니다.
집안일 거들고 다시 춘천으로 돌아가는 날 너무 더워서 강가에 멱이나 감고 돌아와 가겠다며 집을 나선 것은 오전 10시, 가족이 오후 1시가 되어도 돌아 오지 않아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니 전화를 받는 사람은 경찰. 응급실로 달려 가니 벌써 운명을 달리한 상태. 등허리에 물이 묻지 않은 얕은 곳에서 몸을 숙이고 천렵을 했던 모양인데 순간 심장마비가 왔었나 봅니다.
주변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들이 신고를 하여 경찰이 오고 응급차가 왔지만 이미 달리한 운명 앞에 가족들은 혼이 나간 상태로 초상을 치루고 돌아온 집안에는 총각이 가지고 갈 밑반찬이며 옷가지들이 슬픔으로 포개져 있었을 것입니다.
존재하는 것들의 무상을 이야기하자면 글을 풀면 되지만 삶의 무상을 이야기하면 이제는 하루 한번은 지나는 저 다리가 바라보입니다. 아침 물안개 피어나는 몽환의 풍경도, 고추 잡자리 떼지어 날고 있는 평화로움도 잠시 머문 내 인연의 시선일 뿐 영원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차 한잔 나누지 못한 미련도, 따듯한 말 한마디 전하지 못한 삶의 연속을 생각하면
마음이 일어나 자비심을 나눌 수 있을 때 아낌없이 베풀 수 있으면 좋겠고 시간을 아껴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은 해보면 좋겠습니다.
구름이 모였다 흩어 지는 것처럼 내가 붙들고 있는 이 존재의 인연들이 너무 우리를 슬프게도 말고, 너무 들뜨게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 앞에 주어진 당신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이 마음. 구름이 모인 것일까요? 흩어지는 것일까요?
홍천 백락사 주지 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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