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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해동의 조짐에 몸이 들떠 배나무 밭 정지를 했는데 아직은 얼어붙은 땅, 까슬한 지표의 흙내음이 피어날 때 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겨우내 게으름이 미안해서 마음만 분주한 경칩.
삶에 대한 대단한 기대를 놓았다해도 봄이 되면 어떤 희망으로 분주해지는 이 마음이 고마워서 잘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는 아침.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 주고 싶어 항상 준비하는 책들이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있는 행동인데 그 책을 받는 분은 이 마음을 알까? 어느 때쯤 책에게 위안받고 위로하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나이들었다는 증거인가 머쓱해지는 세월. ebs 교육방송의 봄개편도 책읽어주는 program으로 확 바뀌었다. 세상에 읽어야하는 책은 왜 이리 많은 것이지?
여행의 흔적이 사진은 아닐텐데도 사라져버린 칩으로 인해 복구할 수 없는 기억처럼 막막한 7박8일의 여행.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유난히 그리운 풍경들의 서술이 자꾸만 미뤄지면서 삶의 행복은 사소한 것에 있다는 확신의 재발견. 그리고 작은 마음을 낼 수 있다면 지금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이유 없이 당신에게 편지 열장을 쓴다. 이유 없이 당신은 행복하겠지.
그리고 희말라야 14봉을 아는지, 에베르스트. k2.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일상에 펼쳐지는 삶. 연관이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인연들. 항상 기도하는 것이 주변의 안락이었는데 기대를 초월한 기이한 삶들의 panorama. 지금 존재의 바탕이라고 위안하기에는 우리 삶들이 너무 비정상, 그래도 위로해 주고 싶은 이 마음이 정상일까? 내가 미워할 사람은 없는데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왜이지?
작은 영혼의 자유가 있다면 가난한자가 복이 있다는 말도 맞으리라. 큰형님의 폭력에 억울한 아이들의 항거가 terror라면 세상은 언제나 싸움판일테지만 약한자의 기도에도 희망은 있는 법, 약자에게 동정하는 것이 인지상정일까? 소수로 전락한 나는 맑은 영혼을 만끽하고 싶다. 저 많은 구속에서 벗어나 봄바람 앞에 서 있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노동으로 건강하고 선행으로 넉넉하며 당당함으로 행복할지니 작은 영혼의 노래일지라.
당신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 아니다. 당신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라면땅을 나누어주었던 네팔 라마사원 티벳동자승의 손짓이 항상 그러하면 좋겠다. 보석 같았던 고산의 초등학교 유치원생들의 눈빛이 잊혀지지 않는다. 생활은 남루하나 삶은 아름다우리, 세정된 내 영혼의 여유처럼 우리 삶들이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너의 미소를 나는 훔치고 나는 약속을 보낸다.
유채꽃이 만발했던 포카라 tracking 의 봄이 이제 여기서 시작된다. 문득 떠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누가 알까? 이제 혼자서 행복해도 주눅들지 않는다. 나만의 봄이 오고 있다.
2012.3.8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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