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마음의 그늘이 깊어진다면
작성자	back432
작성일자	2016-03-11
조회수	470
언제 이렇게 앞산 녹음이 우거졌는지, 옮겨 심은 단풍나무 잎사귀에 눈을 맞춘 계절은 한치 앞을 보지 못하는 성하. 봄이 오면 마음으로만 다녀왔던 그 곳처럼 여름이 이렇게 아름답게 익어가는데 불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눈물겨운 안부가 불쑥 습관처럼 궁금해지고 많은 세월 정리한 세상의 모든 굴레들이 한번쯤 뒤죽박죽이면서 우리 처지를 되돌아 보는 것도 팔자인가 싶게 여름의 무성함 앞에 초라한 인간의 본심을 고백해봅니다. 소련에 두고 온 병든 아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 죽는 날까지 눈을 감지 못하고 하루 늦은 엄마의 카자하스탄 방문에 눈도 감지 못한 아들의 눈을 감기고 한국에서 고생한 엄마의 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들에게는 옷 한벌 변변치 않은, 살아 있는 것들의 무정함을 가슴으로 묻고 눈물도 참고 나머지 돈마져 모두 던져 주고 와서 그렇게 눈물을 흘렸지요. 비오는 날 그 할머니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드리고 나니 부처님 오신날 백락사에 오신 요양원 할머니는 아들이 미국에 가서 전화를 안한다고 어떠하면 좋으냐고? 나만 알고 있으라고 하소연을 하는데 짧은 순간 귀기울여준 것이 위안이 되었을까? 많은 행사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 답답한 존재의 무상! 이 여름이 지나면 얼마나 짧은 가을과 겨울이 지나갈 것인가. 그리고 또 봄이 오면 설레임으로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세상에 대한 희망보다 먼저 실망을 정리한 자신의 소회가 어느 순간 초라하지 않은 나이기를 희망한 것처럼 나는 최선을 다할 것 같습니다. 그 길 위에서 함께 웃을 것이며 뒤틀린 당신의 감정까지도 존중합니다. 얼마나 많은 인연들이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흘러갔는지를 생각하면 좋고 나쁨은 부질없음입니다. 그저 감사한 이 시절처럼 그저 고맙습니다. 저기 옥수수 열매 맺으면 마음으로 정리한 할머니의 시간처럼 아무도 아닌 우리들이 손을 잡고 눈물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를 진정으로 기도합니다. 우리는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당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기를 진정으로 발원합니다. 2011년 5월 19일 선화당에서 성민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