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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당 강해주 화백을 기리며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이별은 언제나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남겨진 육신은 언제나 허(虛)하고
그대의 마음이 내 등 뒤에 있을 것 같아
내 몸놀림이 그리도 무거웠는지 모르겠다.
내 삶의 무게도 가볍지는 않지만
그대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보여
가끔은 자유롭게 비상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는
내 마음이 큰 죄인 것 같아 놀라곤 했던 그 시간들이
차라리 지금 함께 할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미워하고 싫어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살아 있다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을
안을 수 있는 이유임을 알기에
그대의 놓아버림이 안타깝기만 한 것이
나만의 욕심은 아니겠지?
내가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미안하고
무심했던 지난 시간들이 자꾸 각인이 되어서 또 미안하다.
아픈 육신을 부여안고 고통스러워 했을 시간을 생각하면
진정으로 나는 연민을 가지고 살아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자신이 밉다.
관심있는 척,걱정하는 척 스쳐 지나가는 시간만 있었지
힘들고 아파할 때 그대 옆에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그대가 나를 미워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이렇게 가고 없는 빈자리에서
남겨진 사람의 몫은 사랑하고 용서하고
포용하는 것이라 다독거리는 내 처신이 공허하기만 한 것은
진정으로 내 몸같이 그대를 돌아 보지 못했던 죄책감 때문이리라.
그리고 어떻게 그대의 마음을 내가 알 수 있겠나?
가슴에 쌓인 분노며 한(恨)마져 내 알량한 아름알이로 풀어 주어야겠다는 나의 표현이
그대를 슬프게 하는 것은 아닌지,풀어질 수 없는 내 삶의 무게가 되어 버렸다.
그리다 만 탱화의 채색들이 또렷하게 기억된다.
법당에도, 삼성각에도 그대의 작품이 있지만
죽어서 화해하는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의 손길에서
그대의 유작이 완성 될 수 있기를 부처님께 기도해 본다.
이렇게 우리 함께 있을 수 있는 흔적 속에서
그대나 나나 존재하는 인연들을 위로 하고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연락이 가지 못했던 그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을 49제에는
함께 하도록 하겠다.
살아 있다는 것이 절절히 고마울 수 있는 감사함,
죽어 그대가 우리에게 주는 작은 선물임을 오래 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하도록 하겠다.
내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기억들이
언제나 착한 미소였던 것을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그대의 아이들이 그 모습 잃지 않고 있는 것이 또한 고맙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그대가 그립다.
임종 전 그 아픈 몸으로도 싱긋이 웃었던 그 미소
그것 또한 도(道)이기에...
-2007년 6월 21일(음력 5월 7일) 오전 10시 30분 세상과 인연을 놓은 아주당 강해주 화백을 기리며
6월 24일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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