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인지, 여름꽃인지 모두 졌다.

뻐꾹새 우는 것을 보니 모내기철인 것 같고

낮의 온도는 한여름을 능가한다.

새벽의 서늘한 한기에는 겨울 모자를 쓰고 살면서

그래도 살아 가는 이유를 생각하면

매일 아침이 신선하다(겨울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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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핑계인지 밭농사에 대한 집착을 놓고 보니

여유가 있을 것도 같은데

시골 생활이라는 것이 언제나 바쁜 것이 정상인지라

내 발걸음의 속도는 언제나 분주하다.

그래도 산수국이 월동을 한 것이 고맙고

납매가 다시 살아나서 자꾸 들여다 보게 된다.

리아트리스는 제법 자랐다.

작년 여름 어느 꽃집에서 주인은 진실을 이야기 했고

월동 할 수 있는 꽃들을 추천해 주었는데

그 꽃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

여기 나무만 노래를 하는 것은 아니다.

꽃들도 노래를 한다.

백락사 입구 우편함에는 박새 새끼 6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이제 실눈을 뜬 것 같다.

날개 흔적만 남은 저 여린 것이 언제

날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들여다 보는데

신기하게도 하루가 다르다. 박새어미는 먹이를 나르느라

온종일 노래하며 춤추며 날라 다닌다.

이렇게 모든 것이 노래를 하며 살고 있구나.

꽃들이 노래를 하고 나무가 노래를 하고

손을 내미는 우리들의 가슴에도 노래 소리 들리니

늦게 싹을 튀우는 마른 나무 또한 예사롭지 않다.

부활하는 것이 신의 영역이 아닌

모든 것은 이렇게 부활하여 다시 태어난다.

새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후년이면 다시 노래 소리 들릴 것이며

꽃들은 다시 피어 날 것이다.

나의 노래소리도 늙은 육체를 넘어 부활하는 정신으로

다시 만개하는 5월.

그러니 얼마나 감사한가. 늙은 스승을 찾아 가는 게으른 발걸음이

그래도 고맙다. 우리는 이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노래해야한다.

2017.5.15.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