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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측은하게 느껴지면 나는 교만할 때일까? 겸손할 때일까?
어느 법회보다 교도소 법회는 아련함이 있다. 원죄의 법칙도 아닌
죄짓지 않은 자 어디 있는가 나에게 던지는 물음이 가끔은 참회부터 하게 한다.
수용자 한분이 갈 곳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백락사에 가서 몸을 의탁하면 안되겠냐고 보안과의 불교담당을 했던 교도관이 전화를 했다. 갈 곳이 없는 사람이 이 시대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과 뒷끝이 좋지 않은 인간관계의 과정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순간 머리가 혼돈스러웠으나 절집이 이런 사람들을 품어 주는 곳이 되어야지 하는 근원적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자고 전화를 끊고 교도소 법회가 있는 날에 상담을 했다.
한번도 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던 분이기에 얼굴이 낯익은 분이었다. 이런 저런 인적 상황을 물어 보고 공동 생활을 하게 되면 수행하는 자세로 살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사람 사는 곳의 본질이 크게 다를바 없기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초심을 잃어 버리고 교만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그런 마음을 상기하면서 살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부탁을 드린 것도 같다.
할머니 한분을 모시고 있었다. 연세도 있으시고 정기검진을 받던 병원도 있어 어느 때인가 병원 나들이를 내가 모시고 다녔다. 나의 어머님처럼 생각하고 극진하게 모셨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구정을 보러 손녀 딸 집에 가서는 오시지를 않는다. 혼자 계시면 치매초기 증상이 있어 걱정 때문에라도 모시고 올텐데 손녀 딸이 일 없이 집에 있어 함께 잘지내는가 마음 편히 바라만 보고 있지만 내심 절에 오셔서 운동 삼아 도량도 거니시고 넉넉한 공간에 계시기를 바라지만 가족 보다는 내가 못한 모양이다고 기다리고만 있다.
오는 것도 걱정, 가는 것도 걱정인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인가 보다. 나에게 인연이 된 모든 분들에게 나는 어떤 의미인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내 주변의 환경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누군에겐가 베푸는 것이 드러내고자하는 마음은 아니다. 살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무심한 듯 하는 행위 속에 내가 살고자하는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위심내기비심(無爲心內起悲心)이라고 무심해야만 자비심도 나온다고 하지 않았나. 절집에서 오히려 자비심이 귀하다고 한다. 돌아 보면 언제나 미안한 나의 마음가짐이 자비심에 조금이라도 접근하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출소일이 되면 새벽에 마중을 가기로 했다. 사고무친처럼 이 외로운 세상의 빗장을 열고 던져진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리는 것도 나의 몫이라 생각하니 뜬 구름 같은 우리 인생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다.
함께 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누군가를 기다리고 의지하면서 사는 것 또한 어떤 가르침으로 와 닿는다.
노보살님께 한 약속이 새삼 기억된다.“돌아 가실 때 까지 제가 책임질테니 어떤 걱정도 하지 마시고 마음 편히 지내셔야 합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목련이 반개했다.
봄비도 조금 왔다.
2015.4.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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