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백제관음 (2005.12.13)


일본의 저명한 철학자 와쓰지는 『백제관음에는 표묘(어렴풋하고 뚜 렷하지 않음)한 분위기가 표류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백제관음상을 한마디로 「한국적 양식」이라 단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의 미술사가 칼 비 트는 『전체가 꿈과 같은 분위기에 감싸여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내 꿈을 확인해 보고자 법륭사를 떠나면서 백제관음의 큼직한 사진을 한장 구해 왔다. 그러나 곧 버리고 말았다. 그건 안된다. 「천하 제일」이라는 중국의 「계림산수」는 그림보다 사진이 좋고 사진보다 실물이 좋다는 말을 나는 벗들에게 권하곤 한다. 백제관음은 그러나 그림도 사진도 다 안된다. 일본에 그처럼 훌륭한 사진기자제와 훌륭한 사진작가가 많아도 백제관음 사진첩은 안되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 가서 깨달았다. 왜냐 하면 백제관음은 눈(만)으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제관음은 보는 사람의 「몸」으로 보아야 되고, 온 몸으로 느껴야 되기 때문이다. 런던의 대영박물관과 베를린의 동양박물관이 일찍부터 백제관음의 실물크기의 모조를 제작해서 소장, 전시하고 있는 까닭을 알만 하다. 백제관음이 과연 백제의 것이냐, 아니냐 하는 부차적인 논의는 뒤로 미룬다. 1971년 무녕왕릉 발굴로 「백제적인 것」을 두번째로 호되게 해후하기 앞서 1970년 봄, 일본의 나라에서 「백제적인 것」의 첫번째 조우가 나에게는 백제관음상을 통해서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없이 귀중한 체험이 되고있다는 것만을 고백해두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