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락사 :::

제목

일본 송강(松岡)미술관에 있는 간다라 석조 반가사유상, 3세기 전기에 조성된 것으로 반가사유상의 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상이다 (2005.12.21)


“인간 실존의 가장 맑고 편안한 모습” 일본 교토의 고류지(廣隆寺)에는 나무로 조성한 반가사유상이 모셔져 있다. 오른 발을 왼 무릎에 얹고 오른 손가락을 턱에 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는 불상은 소박.단순한 조형으로 고대 불교조각의 백미로 꼽힌다. 반가사유상에 매혹된 일본은 1897년 국보로 지정해 세계에 자랑했고, 이를 본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1883~1969)는 “인간 존재의 가장 청정하고, 가장 원만하며, 가장 영원한 사유의 모습”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고류지 반가사유상은 우리나라의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과 함께 설명된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적지 않은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고류지 반가사유상이 한국에서 건너갔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한국 반가상으로부터 영향은 받았다”고 대다수 학자들은 지적한다. 고대 한일관계사 연구의 권위자인 우에다 마사키(上田正昭) 교토대 명예교수, 그의 제자로 지난 12일 경기대 국문학과 초청으로 방한한 이노우에 미쓰오(井上滿郞) 교토산업대 교수 등이 그런 주장을 하는 일본 측 학자들이다. 고대 한반도에서 일본에 건너가 일본 문화의 기틀을 다진 도래인(渡來人. 바다를 건너간 사람) 연구의 권위자인 이노우에 미쓰오 교수는 “교토가 1000여 년 동안 일본 문화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한반도의 선진 문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기 794년 간무(桓武)왕이 교토로 천도하기 이전 이미 “한반도에서 집단으로 선진문화를 지니고 온 문화가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일본의 여러 고문헌에 등장하는 유력 씨족집단인 하타씨(秦氏)가 바로 한반도 도래인이었으며, 이들은 지금의 교토 서쪽의 가도노가와(葛野川)에 대규모 제방을 축조해 농업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다. 이 하타씨가 씨족 사찰로 만든 절이 고류지(廣隆寺)고, 이곳에 있는 일본 국보 반가사유상이 한국의 국보 제83호 반가사유상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고대 한반도 문화가 일본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고 이노우에 교수는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