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8도 이하의 날씨가 계속 지속되면 납매(臘梅)가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올해는 제일 추운 날이 영하 11도, 평균최저 기온이 영하 5도 정도가 될까? 그래서 납매 꽃봉우리가 조금씩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아홉수와 삼재(三災)의 겨울을 잊고 봄을 준비하는 여유를 찾았다.

어떻게 겨울 나뭇가지사이로 꽃을 피울 수 있는지, 조금씩 반개하는 아침의 대면은 어디 납매뿐일까? 목련과 산수유, 조팝나무 아니 모든 유실수들은 겨울에 모든 힘을 다하여 봄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문득 봄이었고, 문득 낙화였다는 옛날의 나의 표현은 틀렸다. 세상의 모든 것이 지고지순의 노력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를 생략했을 뿐 우리는 모두 이 자리에 있기까지 수없는 고마움과 가없는 헌신으로 겨울을 나고 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작은 꽃 하나에도 감사해야 하는 이유이다.

민주야!

우리는 어떻게 만났지? 십대의 여행길에 백락사에 들려 1박을 하고

그 인연으로 고향처럼 들리곤 했던 이곳이 인생의 가장 화려한 한부분, 결혼식을 이곳에서 했었지. 아이를 낳고 투병도 했지만 아이 아빠의 헌신으로 모든 것을 순탄하게 헤쳐나갈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너는 의식을 잃고 누워만 있다. 비보의 문자를 받은 새벽의 기이한 꿈 때문에 그 꿈의 의미가 무얼까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너의 소식 때문에 나에게도 어떤 예지가 생긴걸까? 자꾸만 한숨이 나왔던 원행(遠行)에서 너를 보러 중환자실로 달려갔던 길에 얼마나 많이 너의 이름을 불렀는지 모른다.

면회시간이 지나 도착해서 너의 집에서 오후 면회 시간까지 정좌하고 깨어나길 기도했던 침묵의 시간이 잊혀지지 않는구나. 다만 너의 머리카락이 없을 뿐 너는 그대로인데 왜 대답을 하지 않고 미소를 짓지 않니? 30분의 시간이 이렇게 짧을까? 다시 돌아오는 길에서 너의 이름만 하염없이 부른다.

민주야! 착한 민주야!

내 남은 시간을 너에게 줄 수 있다면 그리하겠다고 부처님께도 빌고 천지신명에게도 빈다. 깨어나야지.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알고 빨리 일어나야지. 우리 모두가 기도하는 것처럼 한숨 잘 잔 것처럼 깨어나야지.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매일 너의 병실의 상황이 어떤지 준호씨에게서 문자를 받고 있다.

정초의 일정 때문에 마음과 달리 가보지 못하다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면회 자제를 요청 받고 또 머뭇거리고 있다. 멀리 캐나다에서 오신 고모는 돌아가지도 못하고 가족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데 너를 보지 못하더라도 인사를 드리러 가야겠다.

민주야!

너는 지금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니 이제 일어날 준비를 해야한다.

여기 납매가 피면 너가 일어나는 줄 알겠다.

이제 반개(半開)했다. 준비하렴.

2020.2.4. 입춘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