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에 혼자 사는 도반스님이 계신다.

화목보일러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겨울 내내 많은 나무가 필요하다.

주변은 국립공원이라 함부로 나무를 할 수 있는 곳도 못된다.

포타에 나무 한짐을 싣고 부려 놓으려 들리면 유일한 이웃집 강아지가

먼 곳을 따라와 반겨주고 간다.

고립이 주는 무미무색의 일상이 조금 번거러워졌지만

따지고 보면 지금이 어떻게 주어졌는지 관조가 될 수 있는

작은 일탈일 수도 있는 짧은 머무름.

도반은 아침 저녁, 두번 보일러에 나무를 넣고 규칙적인 식사를 챙기고

입선(入禪)을 놓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

먼 산은 조금씩 가까워지고 이웃집 강아지의 나들이가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겨울 산속, 도반은 입춘, 우수를 맞이 한다.

누군가의 삶이 가끔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내가 누리는 고마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고 겨울을 함께 난 고양이들이

또한 한둘이 아니다. 긴 겨울 서로 의지하며 겨울을 났는데 이제

뿔뿔이 흩으져 공양시간에 맞추어 목탁을 치면 모인다.

때로는 모여서 대중이 함께 하는 시간도 필요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도 필요한 것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행위일까?

추운 겨울을 잘 견디고 따듯한 봄날이 되면 고양이들이 자주 병을 앓고

이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사고(四苦) 팔고(八苦)의 순환이

지금 감사함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겨울을 무사히 넘긴 고양이에게만 해당될까?

춘광선도길인가(春光先到吉人家) 봄빛이 착한 이웃의 집에 먼저 가득하기를

축원합니다.

         2024.2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