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입제를 얼마 남겨 두지 않고 도반은 쌍계사 방부를 결정했다.

겨울 석달 동안 선원에서 화두를 들고 정진을 하면서 대중처소의 일상이

수행이 되는 한국 불교의 특징, 그 곳에 계신 다른 도반의 투병 때문에

이번 겨울에는 두 스님을 찾아 뵙자고 청장님과 약속을 했는데

아픈 도반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리 작별 인사를 한다. 여기 토굴에 문을 걸고 곡기를 끊은지 4일째인데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이 감사하며 사후처리는 다른 도반에게 부탁을 했으니

우리들의 관계에 다시 감사함을 전한다는 조금은 힘들어 하는 도반의 인사가 먹먹했다.”

살아 생전의 육성이 마지막 인사가 되고 매일 아침이 조마조마한 시간은 부고를 기다려야 하는 우리들의 인연이 안타까워 어느 공간에 당신은 아프고 힘들고 외롭지 않을까? 도반의 흔적을 찾아 사진과 문자를 보내면서 이글을 볼 수 있을까? 이 그리움이 고통을 덜어 드리면 좋겠다는 나의 비원이 답장은 없었지만 문자를 확인했다는 실날 같은 관계.

어제 아침에는 냉기가 도는 불안감 때문에 당신의 인연이 다했나보다고 하루의 시간이 머뭇거렸는데 오늘 아침 부고가 뜬다. 아마도 어제 나에게 다녀 갔겠지,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다시 했겠지,

내일은 문상을 하고 다비(茶毘)까지 보면 육신의 마지막 인사는 끝나는건가.

나의 삶도 시간도 조금씩 가벼워지며 짧아지는 가을햇살에 옹기 종기 모여 있는 백락사 고양이들이 이런 사정을 아는 것처럼 비범한 침묵을 보인다.

우리들의 침묵이 세상사 시끄러움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기에 여기 내삶의 침묵이 우리들의 그리움이기를 기도한다.

2024.11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