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기억한다는 것이 고통일 때도 있다.

누군가를 회상할 때 우주에 가득한 기운의 교류를 느낄 때도 있다.

오래된 고양이의 죽음에 애달파 눈물을 보였던 젊은 친구는 그 고양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가까운 절에서부터 먼 이곳까지 와서 이별의 안타까움을 이야기 할 때 망묘의 등을 달아 달라고 했고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별나지 않았고 눈물이 진정임을 지켜 보면서 인간이상의 사랑을 교감했을 경외 때문에 나의 그리움도 함께 떠올렸다.

공양주보살님도 외출하고 명절 전 몇일을 혼자 있게 되어

서먹한 고양이들의 먹이 담당이 되고 보니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느낌의 백락사 고양이.

다섯 마리중 이름이 있는 것은 한 마리 뿐인데 이참에 모두에게 이름을 불러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작명부터 짧은 시간에 이름이나 기억할까 고민하다가 지리한 겨울 내내 먹이 담당을 내가 해야겠다는 새해 새달.

구천을 떠도는 수없이 많을 망자, 망묘 속에

차 한잔 나누고 안부를 전하고 그대를 기억하는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는 것.

나의 비루함, 허망함마져도 속되지 않게 치환될

그대들의 지고지순이 새해의 희망이 되었다.

우리가 버티는 삶의 현장 속에서

나만이 기억하는 도솔천.

그곳에 당신이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미숙이도 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다면 우리들의 가슴에 극락이 있고

도솔천이 있어 문득 조우하고 미소를 보이는 미숙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25년 음력 1월 1일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