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름 미숙이

오월이 유난히 찬란했다.

그 오월을 준비하기 위해 올 초부터 나는 바빴다.

잠깐 농사도 비켜 놓고 지구촌을 다니기도 하고

필요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을 떠나기도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항상 눈에 보이지도 않고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아 허무 할 때도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어울러지는 공간임을 알기에

지나간 시간마져 고마울 때가 있다.

꽃이 피고 물이 흐르고 새소리 들리면

새삼 이 공간이 주는 보상인 것 같아 한번 더 돌아 보게 된다.

겨울 바람에 죽은 상록의 묘목이 눈에 거슬리기는 해도

거의 모든 나무들은 나의 정성을 기억해 주는 것 같아

무심한 듯 고맙다는 인사를 나는 전한다.

행사를 치루고 미루었던 농사를 시작했다.

스리랑카 동자승이 나의 일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20kg 비료포를 둘이서 힘을 모아 옮기다가

어느 순간 혼자서 옮기는데 힘이 부족하지 않다고 느끼는지

나에게 미소를 날린다.

700평 고추밭을 만들고 종횡무진 무언가 더 할 수 있다는 표정을

짓는데 분명 말은 통하지 않지만 자신은 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그리고 재미 있다는 몸짓을 보면서

세상을 헤쳐 가야 할 미숙한 존재들이

슬기롭게 살아 갈 수 있다는 희망. 동자승은 여기 백락사에 살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희망과 의지처가 될 수 있으면,

우리들의 관심과 배려가 고양이 미숙이처럼 삶의 터전이 되고

미숙한 우리 인생들이 세상을 따듯한 곳으로 바꿔 갈 수 있다면

여기가 극락일 것이다.

함께 하는 세상을 미숙한 정성으로 기대한다.

2025.5. 선화당에서 성민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