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름 미숙

가을 꽃도 심고 봄꽃도 심었다.

가을은 맞이하면 되지만 봄꽃은 내년 봄을 기다려야 한다.

꽃을 보는 것이 보는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지만 많은 손길이 있음을 알면 어떤 꽃도 허투루 보기 어렵다.

노랑달맞이 꽃이 여름 내내 피고 진다.

곳곳에 수국이 피어나고 더운 여름을 버티게 한다.

유난히 덥다. 수은주가 38도를 가리킨다. 처음인 것 같다.

미숙이의 후예 수메다가 3개월을 접어 들었다. 한달은 어미품에서 육아 되고 한달은 나의 화장실에서 키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선화당 마루에서 생활하고 있다.

고양이 모래를 준비해 용변 보는 것을 준비해 두었는데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 마당 자갈에 변을 보므로 본인도 힘들고 변 치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고양이 모래에 볼일을 잘 보고 있다.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니 나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본인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꼭한다.

세상살이는 상대적이고 또한 반응이라고 생각하니 지금 나의 인과를 알 수가 있는 것 같아 수메다를 유심이 바라보게 된다.

길들임과 달리 가끔은 나를 그윽하게 쳐다 볼 때가 있다.

황망한 이별, 기억을 흔드는 고통, 부를 수 없는 이름 등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지만

이제 삶이 편안해졌다고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수메다는 측은지심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인생이란 아프고, 덥고, 이별을 듣고 살아지는 것이다.

우리들의 시간이 힘들 때 미숙한 고양이 수메다를 보러 오면 좋겠다.

어른도 되지 말고 항상 미숙하기를 바라는 나의 어리석음이 나의 본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여름, 또 지나간다.

2025.8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