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자꾸 짧아지는 것 같다. 아직 어린 목련의 꽃잎도 이제는 다 지고 없다. 화들짝 놀라게 화사했던 순간의 아름다움이 꽃이 진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봄을 기다린 겨울의 막연한 기다림이 여기 저기 피어나는 봄꽃으로 언제나 위로 받았던 기억, 그래서 봄이 되면 많은 나무를 심었다.

작년 겨울이 오기 전 올 봄을 위하여 준비했던 작은 동산에 봄꽃들이 풍성하진 않지만 모두 꽃을 피웠다. 배꽃과 사과 꽃이 지고 나면 모든 나무들은 잎을 내밀고 동산은 푸른빛으로 성성할 것이다.

내일이면 파주에서 아이들이 나들이 온다. 작은 동산에서 뒹굴고 누워서 하늘을 보면 좋겠다. 숲속에 있는 설치미술도 구경하면서 잣도 까먹고 산나물도 만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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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서 나무를 심었던 것은 아닌데 여기 오는 모든 분들이 나무 때문에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년 부탄의 왕자탄생에 전국민이 10만8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특별한 선물을 국민들이 왕자에게 한 것이다. 가족 같은 나라, 동화 같은 마음이 느껴졌었다. 여기 작은 동산에도 많은 분들이 나무 기증을 해주었다. 이곳과 인연이 된 모든 분들이 행복하면 된다.

부처님 오신날의 이 즈음은 참 아름다운 계절인 것 같다. 나무 그늘에서 화사한 꽃들을 바라보면서 차 한잔, 식사 한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원은 이곳 입주 때의 바람이었는데 부처님 오신날의 행사일부로 면소재 어르신을 초청하여 경노잔치를 한지도 벌써15년이 되었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정성을 다해 봉양하고 그늘을 드리운 이곳 나무들의 넉넉함을 모든 분들이 즐길 수 있다면 더 무엇을 바랄까? 나들이 삼아 하루 백락사를 방문하신 분들의 마음에 세상시름 하나쯤 지워버리고 갈 수 있는 시간 부처님 오신날의 감사한 뜻인 것 같다.

올해도 많은 나무를 심었다.

자연에 드리는 정성이 결국에는 사람에게 돌아오지 않는가. 꽃도 나무도 그리고 사람도 행복한 공간, 아직도 나는 꿈꾼다. 미완의 꿈으로 남을 때 까지

봄이면 나무를 심고 여름이면 가꿀 것이며 나는 행복해 한다.

혹 지나는 길에 들리시면 언제나 차 한잔 나눌 수 있는 공간, 여기 홍천 백락사이다.

2017.4.24.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