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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는 날은 오지 않고
예고 없는 날에는 이렇게 비가 내립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오래된 인연처럼 언제나 편안할 수 있는
삶의 연속을 꿈꾸지만
그것도 희망사항입니다.
잃어 버린 시간속에
용케도 지워지지 않은 추억들이
고마운 날들입니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멍하니 앉아 있어도 행복합니다.
복잡했던 그 상념들이
한줄기 빗속에 놓아진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마음만 있으면 그 모든 것이 해결되는줄 알았는데
인생이란 그냥 주어지고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
공평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 보면 지난 시간의 아름다움보다
지금 이시간이 더 나은 생활일텐데도
마음은 항상 옛날을 그리워합니다.
가난하고 순수했었기 때문일까요?
겸손하고 교만하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큰 욕심없이 살려고 했었기 때문일까요?
살아보면 공짜는 없다는 노인의 푸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동감합니다.
지금 이 땅위에 나는 어떤 모습일가를 생각해 봅니다.
내 것은 하나도 없을텐데
모슨 고민이 이리도 많은지?
그 중에서 사람 사이의 갈등은 내 아상(我相)이 아닌지
새삼 자신을 돌아 봅니다.
나의 허물이고 내 잘못인 것을 남의 탓하는 것은 아닌지
빗소리에 생각 하나 잡아 봅니다.
빗소리 자꾸 커집니다.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애기들이 많이 온다고 했는데
그만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저 비가 내 말을 들은 적이 있냐만
또 걱정이 일어 나는 이 비오는 날의 선화당,
그래도
정좌처다반향초(靜座處茶半香初)
묘용시우류화개(妙用時雨流花開). -수(水)를 우(雨)로 바꾸어 보았습니
다.
차도 맛있지만
서울에 계시는 경민스님께서 보내온 커피 맛은
다실을 가득 채웁니다.
커피향이 흐르는 비오는 날의 백락사가
짧은 감미로움을 선사합니다.
이 향기
이고요함
이 망(忘) 근심 그대와 함께 합니다.
7월 11일 선화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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