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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웃음을 듣고 싶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어떤 상황에서 일어난 화재인지 모르지만 부인과 아들은 사망하고 초등학생인 딸은 전신화상으로 아마 죽을 때까지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의 병원에서 만난 웃음소리는 그냥 아이들의 그 웃음이었다.

그 맑고 쾌활한 웃음 때문에 처음은 환자인지 모르고 눈이 마주쳤다가 어느 곳 하나 성하지 않은 소녀는 얼굴 화상으로 입원한 나에게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연민으로 다가가게 했고 자주 병실에 들려 친구처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 2017년 11월 이었다.

2018년 퇴원을 하고도 재활치료를 하러 병원에 가면 항상 소녀를 보았다. 언제나 소녀 옆에는 아빠가 있었고 살아 남았다는 죄책감으로 돌아서 눈물을 보이다가도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소녀를 지켜야한다는 부정(父情) 때문에 돌아오는 길은 항상 먹먹했다.

나이가 먹는 만큼의 성형과 치료가 동반되어야하는 소녀가 일상에 복귀하여 학교에 다니다가도 이식수술을 하고 성형을 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나도 조금은 안다.

그 아픈 몸으로 일반학교에 다니면서 한번씩 백락사에 나들이 하면 내가 더 반가웠다. 또한 내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 위안을 받으며 오히려 감사했던 것은 내가 겪고 있는 삶의 무게와 비교될 수 없는 아픔을 알기 때문이다.

이번 가을 소녀가 고모 내외와 함께 나들이 와서 소녀의 정갈한 글씨로 엄마, 오빠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불전봉투를 주고 갔는데 소녀와 만났던 첫 웃음이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몇 일전 소녀의 아빠에게서 문자가 왔다. 머리부위의 수술이 잘못되어 다시 일정을 바꿔 수술을 해야 해서 스님의 기도를 부탁한다는 아빠의 문자에 “옆에 계서 정말 고맙습니다. 항상 마음은 함께 하고 기도하겠습니다.”고 답장을 보냈다.

첫 만남의 웃음 이후 한번도 소녀의 웃음을 들은 기억이 없는데

다시 웃음을 만나고 싶다. 소녀의 꿈에서라도 웃을 수 있는 가피를 내려주십사 나는 기도하면서 우리들의 삶의 무게도 조금씩 가벼워지길 기도했다.

2019.12 선화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