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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사라져 버린 자리에

실눈을 튀우는 나뭇가지 색깔이 미묘하다.

납매(臘梅)를 심고 봄소식처럼 기다렸던 개화(開花)는

언제나 겨울이 끝날 때쯤 실망으로 피어나지 못했는데

이번 설날에는 꽃봉우리가 반개(半開)를 하고 있다.

자애(慈愛)가 꽃말이라 왠지 이곳 뜨락에

어울리는 꽃이라는 느낌 때문에 애착이 더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으나

몇 년을 기다려 꽃을 볼 수 있음에

새삼 기다림의 아름다움이 고맙다.

어느 봄날, 꽃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 마음들이

이제는 먼 기억이지만 나이 들어 꽃한송이 피어남이

이렇게 애틋한 것은 그 자리 누가 봐주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꽃피우는 생명들의 존재들이 경외롭기 때문이다.

새해

어느 다짐보다 경건한 기도를 바치고

내 모든 것을 주어서라도 삶의 저 너머에 있는 인연에게

사바의 복귀를 기원하며 절박했던 마음이 아직 그대로인데

지구의 뭍 중생들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가녀란 존재라는 실상(實像) 앞에 저희들의 인연이 새삼

지중(至重)해지는 경자년이었습니다.

어느 모퉁이 이름 없는 꽃처럼

아름다운 낱낱의 찬란함이 중중법계의 인연인 것처럼

저희들의 소중함이 부처님의 가호 아래

영원하기를 축원드리며

경자년 신도님의 가정과 가족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다시 축원드립니다.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20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