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가?

가당찮은 질문인가. 이유 있는 질문인가.

혼자 된 걸음에서 궁금해 한 적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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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야하나, 이렇게라도 살아야지

나의 본질은 변함없는 것 같은데

사는 것 자체가 시도 때도 없이 흔들릴 때도 있었다.

여름밭의 고구마, 감자가 이렇게 무서리 내린 날

떠올려진다는 것, 정신이 아직 혼미하지 않았다는 감사함과

수확을 할 수 없는 자신의 변고가

일탈을 꿈꾸는 나의 희망인가 좌절인가

헷갈린다.

가을 빛이 지나갔다.

무서리 한창이고 고여진 물들은 얼어붙기 시작했다.

겨울 채비를 무시할 수도 없고

어느 시간에 김장이며 수도의 물빼기까지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대충의 가름이 답답하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느낌은 어인 까닭인가.

존재의 그늘에서 보면 부재는 없다.

그러나 내가 주인공인 부재의 공간은 어수선하고

안타깝다.

가을 ,겨울이 갑자기 두렵지 않은 것은

나이든 까닭이 아니고 삶의 전환이 가능한 어떤 사고 때문이었지만

어쩌면 이 시간 ,이 나이에 내가 맞아야 할 운명일 수도 있기에

통과의례의

지금 이 자리가 아닐까.

법당에서 기도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해졌다.

어느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내 삶의 축이

작은 기도로 강건해지는 감사함. 동안거 백일기도의 의미이다.

2017.11. 선화당에서 성민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