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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스님, 삼배올립니다
스님. 출가를 못하니 가출을 하렵니다. 가출은 그렇게 일상을 벗어나며 시작됩니다. 왜 벗어나고 싶은 건지 영문도 모른 채 가방을 싸서 일단 나서렵니다. 반드시 되 돌아와야만 하는 삶이라면 가출은 여행이라도 말하여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가 가출을 통해 찾아야 할 것 혹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라는 건 있는 법입니다. 그 기억은 의식의 물밑에서 잠자듯 숨어있다가 다가옵니다. 격렬한 소용돌이가 아닙니다. 일상생활에서 항상 살아있는 역사를 곁에 두고 돌보는 그들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수면위로 떠 오릅니다.
낯선도시을 기웃거리며 그들의 삶과 박제된 철학이 아닌 살아있는 생활자체임을 보았습니다. 정갈한 도시 또한 부러운 대상입니다. 그 첫 경험은 일생동안 그 기억에서 빠져 나 올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백하건데 내게 있어 첫사랑이라고도 불려도 좋을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비너스이라는 조각상 접하고 난 직후입니다. 간절하게 이 여인을 원하지 않았는가, 꿈꿰 오지 않았는가. 이제까지 채우기 위해 살았다면 앞으로 생은 헐겁게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슬그머니 고개들어 예의를 올립니다. 군더더기없는 치장없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운줄 몰랐습니다. 인생 또한 그러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랫동안 가지기 위한 욕심과 집착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종종걸음 치며 바쁘게 살아 왔던가. 이번 기회에 진정 가슴에 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진심을 담아 예의를 올립니다. 첫 사랑의 고백처럼.
여행지에서 내 벗이 몇 인가 헤아려 봅니다. 이방인에게 친절한 낯선사람들, 가출을 함께한 아들 또 그 무엇보다도 내일을 살아갈 나 자신이었습니다.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은 새로운 나였고, 얻어야 할 것은 새로운 기운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보니, 이보다 더 내 삶이 소중하며 풍성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생활 속에서의 잔잔한 변화임에 틀림없습니다. 어떤 급박한 사건이 아닌 평상의 일상에서의 변화를 조용히 받아들이렵니다.
스님. 어쩌면 그들에서 느낀 첫 사랑의 감정은 우리에게도 전혀 새로운 것들이 다 아닌데 눈물이 났습니다. 낯설지도 않습니다. 식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면면히 이어온 우리 삶에 오랫동안 머문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울 것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낢은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였으니까요. 그들의 삶, 정신이 부러워하지 않을 대상이라는 점에서 스님도 저의 생각에 동의 할 것으로 믿습니다.
스님. 온데간데없어진 줄 알았던 가출의 첫 경험이 나의 마음속에서 풍경으로 보이고 바람이 풍경을 흔들 때마다 함께 지나온 시간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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